📑 목차
서론
사람은 손으로 메모를 할 때 펜의 굵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나 역시 노트에 무언가를 적을 때면 손에 잡히는 아무 펜이나 집어 들고 글을 써왔다. 펜은 단지 글자를 남기기 위한 도구일 뿐, 사고 과정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같은 내용을 정리하면서도 펜의 굵기에 따라 생각이 전개되는 속도와 방향이 달라진다는 느낌을 분명히 받았다.
가는 펜으로 글을 쓸 때는 생각이 촘촘하게 이어졌고, 굵은 펜으로 글을 쓸 때는 생각이 단순해지면서도 빠르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주제, 같은 노트, 같은 시간대였지만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흐름은 확연히 달랐다. 이 차이는 단순한 기분 변화로 치부하기에는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흔히 “필기 방식이 사고를 바꾼다”라고 말하지만, 대부분 노트 정리법이나 필기 내용에만 주목한다. 나는 그보다 더 기본적인 요소인 펜의 굵기가 사고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같은 조건에서 펜의 굵기만 바꿔가며 손글씨 메모를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사고의 변화와 체감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이 실험을 하게 된 계기
사람은 생각이 복잡할수록 노트에 무언가를 적으며 정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머릿속이 어지러울 때면 종이와 펜을 꺼내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편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메모를 해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어느 날은 몇 줄만 적어도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했다.
그 차이를 떠올려보니, 사용한 펜이 달랐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가는 펜을 사용한 날에는 글자가 많아졌고, 굵은 펜을 사용한 날에는 글자는 적었지만 핵심만 남아 있었다. 나는 이 차이가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펜의 굵기가 손의 움직임과 사고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실험을 위해 준비한 환경과 도구
사람은 사고 실험에서 외부 변수를 최소화해야 체감의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다음 조건을 고정했다.
- 실험 장소는 내가 평소 생각 정리를 하는 책상
- 실험 시간은 주로 저녁 시간대
- 동일한 노트 사용
- 동일한 의자와 자세 유지
- 실험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실험에 사용한 펜은 다음 세 가지였다.
- 0.3mm 가는 펜
- 0.5mm 중간 굵기 펜
- 0.7mm 굵은 펜
실험 도구는 다음과 같았다.
- 무지 노트
- 타이머
- 체감 기록 노트
실험 조건 설정 이유
사람은 사고의 흐름을 추상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기준을 나누지 않으면 비교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다음 항목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 생각이 떠오르는 속도
- 문장이 길어지는지 여부
- 글을 쓰는 동안의 멈춤 빈도
- 생각의 세부화 정도
- 메모 후 머리의 정리감
각 펜은 최소 30분 이상 사용했다.
실험 1: 0.3mm 가는 펜으로 메모했을 때의 기록
메모 시작 직후의 체감
사람은 펜이 종이에 닿는 순간, 글자를 작게 써야 한다는 압박을 자연스럽게 느꼈다. 손목의 움직임이 섬세해졌고, 글씨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다.
10분 경과 후
생각이 자연스럽게 문장 형태로 이어졌다. 하나의 문장을 쓰다 보면 다음 문장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메모가 점점 길어졌다.
20분 경과 후
사람은 세부적인 생각까지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거의 검열 없이 옮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30분 경과 후
머리는 다소 피곤했지만, 생각은 매우 촘촘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노트에는 많은 문장과 설명이 남아 있었다.
체감 요약
- 사고 세부화: 매우 높음
- 글자 밀도: 높음
- 피로도: 중간 이상
실험 2: 0.5mm 중간 굵기 펜으로 메모했을 때의 기록
메모 시작 직후의 체감
사람은 특별한 부담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손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웠고, 글씨 크기도 안정적이었다.
10분 경과 후
생각이 문장과 단어를 오가며 정리되었다. 중요한 부분은 문장으로, 덜 중요한 부분은 단어로 남게 되었다.
20분 경과 후
사람은 자연스럽게 구조를 만들고 있었다. 소제목과 짧은 설명이 섞인 형태로 메모가 정리되었다.
30분 경과 후
머리는 비교적 편안했고, 노트를 다시 봤을 때도 내용이 한눈에 들어왔다.
체감 요약
- 사고 균형: 높음
- 정리감: 좋음
- 피로도: 중간
실험 3: 0.7mm 굵은 펜으로 메모했을 때의 기록
메모 시작 직후의 체감
사람은 글자를 크게 써야 한다는 인식을 즉시 느꼈다. 작은 글씨를 쓰기보다는 핵심만 적고 싶어졌다.
10분 경과 후
문장보다는 단어 위주의 메모가 이어졌다. 생각이 길게 확장되기보다는, 요약된 형태로 머물렀다.
20분 경과 후
사람은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자연스럽게 생략하고 있었다. 노트에는 굵직한 키워드만 남았다.
30분 경과 후
머리는 비교적 가벼웠고, 메모가 끝났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사고가 빠르게 정리된 인상이 강했다.
체감 요약
- 사고 압축: 매우 높음
- 글자 수: 적음
- 피로도: 낮음
펜 굵기에 따른 사고 흐름 비교표
| 사고 확장 | 매우 큼 | 중간 | 작음 |
| 세부 표현 | 많음 | 적당 | 적음 |
| 정리 속도 | 느림 | 보통 | 빠름 |
| 피로도 | 높음 | 중간 | 낮음 |
실험 중 느낀 감각적 차이
사람은 손의 움직임에 따라 사고의 속도를 조절한다. 가는 펜을 사용할 때는 손이 느려지면서 생각이 깊어졌고, 굵은 펜을 사용할 때는 손이 빨라지면서 생각이 단순해졌다. 펜의 굵기는 단순한 필기도구의 차이가 아니라, 사고의 리듬을 조절하는 요소처럼 느껴졌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한 나의 해석
사람은 도구에 맞춰 사고방식을 조정한다.
첫째, 가는 펜은 세밀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둘째, 세밀한 움직임은 사고를 확장시킨다.
셋째, 굵은 펜은 선택을 강요한다.
넷째, 선택은 사고를 압축한다.
즉, 펜의 굵기는 사고의 해상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생활 속에서 얻은 실제적인 결론
사람은 이 실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 생각을 깊이 파고들고 싶을 때는 가는 펜이 유리하다.
- 구조를 잡고 정리하고 싶을 때는 중간 굵기가 적합하다.
-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싶을 때는 굵은 펜이 효과적이다.
- 펜 선택은 사고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실험을 마치며
사람은 사고를 머리로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나는 손과 도구가 사고에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느꼈다. 펜의 굵기 하나만 바꿔도, 같은 생각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리되었다.
앞으로 나는 상황에 따라 펜을 선택할 것이다. 생각을 넓히고 싶을 때와, 결론을 내리고 싶을 때 같은 펜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몸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